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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없음 2010.06.01 10:30
그를 꼭 끌어 안은 채 꿈꾸 듯 속삭였다.

"우리 그냥 헤어질까..?"

그리고는 너무나도 당연하듯,
마치 여름이 끝났으니 가을이 오기라도 한 것 처럼
그렇게 헤어졌다.
사랑에 이유가 없듯이 이별에도 이유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그 말에 공감했었고,
계절이 바뀌 듯 사랑이 끝날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사랑의 끝을 부여잡고 징징 대는 건 바보같은 일이며,
나는 절대 그러지 않는다고,
사랑의 자연스러운 끝을 알고 있다고
못난 나에게 으쓱대곤 했다.
하지만 어느 누가 이별에 태연할 수 있을까.
어느 드라마에서 말했듯
사람이 죽을껄 알면서도 사는 것처럼 무뎌질껄 알면서도 사랑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별이 아프지 않은건 아니잖아.
삼식이는 희진이를 떠날 꺼지만, 희진이의 허리를 끌어안고 울었잖아.
그래, 우리는 그렇게 당연하듯 헤어졌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헤어지길 잘 했다"라고 말했다.
어쩜, 나보다 나에 대해 더 잘 알까.
그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그런 말을 한걸까.
단지 나를 위로 하기 위해..?
지금까지 우리가 문제가 많아보였어서..?
그들은 티격태격 다투는 우리에게
이별이 최선의 선택으로 느껴졌었을까.
남들은 알 수 없는 이유가 우리의 선택이 되어야 했을텐데,
그들은 우리 사랑의 끝이 왔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왜 위로한답시고 다양한 해석들을 풀어 놓을까.
왜 이제와서 그런 이유로 술자리를 펼치곤 하는걸까.
이별은 그래서 또 아프다.

난 단지 사랑의 끝이 와서 헤어졌지만,
헤어짐을 알고도 사랑했듯이
아플 껄 알면서 헤어졌고, 지금은 물론 아프다.
부디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우리가 사랑했던 방식에 대해
또 헤어짐의 이유에 대해
어떤 위로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플 껄 알면서 헤어진 거고, 그래서 당연히 아픈데,
괜찮다고, 잘했다고 토닥이는 건
헤어질껄 알면서 사랑했던 그 순간에 대해
비겁한 것같은 느낌이 든다.

상처에 바르는 빨간약처럼 쓰라리고 아프다.
어차피 그는 내게 지워지지 않을 흉터로 남을 껀데,
굳이 내게 비워진 그로 인한 시간을
새살로 채우고 싶진 않으니까.

다시 드는 분명한 생각은
사랑은 자연스레 그 끝이 찾아오는 게 아니다.
사랑은 끝이 없다.
사랑하는 방식이 달라질 뿐이다.
추억만을 안고 사는게 그 사랑을 가장 이쁘게 포장할 수 있다면,
사랑은 끝이 아니지만 헤어짐이 찾아올 수 있다.
사랑만으로 행복한 시절이 끝날 뿐이지..
그래서 그걸 서로 자연스럽게 느끼게 됐을 때,

우리는 그런 말을 하게 된다.
 




"우리 그냥 헤어질까..."

Posted by 아낌없이주는목이